일리나: 정말 안드레이 오빠도 타락했군. 그까지 여자에게 걸려들어 기백이 없어지고 늙어 버리다니! 전에는 교수가 된다고 벼르고 있던 양반이 이제는 겨우 시의원회이 되었다고 뻐기고 있는 꼴이라니 오빠가 의원이고 쁘로뜨뽀뽀프가 의장이라. 온 읍내에 소문이 퍼져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것은 오빠 한 사람뿐이니. 지금도 모두가 화재 현장에 달려갔는데 오빠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마이동풍이지 뭐야. 바이올린만 켜고 있다고요. (신경질적으로) 아아, 괴로워, 정말 괴로워! (운다) 난 이제 그만이야,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! 이젠 그만이야, 이젠 그만이야! (올리가 등장. 자기 테이블 근처를 치운다, 소리 높이 흐느낀다) 날 내버려둬요, 난 이제 그만이란 말이야. (왜 그러느냐는 올가에게, 흐느껴 울면서) 어디 갔어?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지? 그건 어디지? 아, 어떡해, 아아, 어떡하면 좋아, 난 전부 잊었어, 잊어버렸어. 머릿속이 범벅이 돼버렸어! 기억력도 없어지고. 이탈리아어로 창문을 뭐라고 하는지. 모든 걸 잊어 가는 거야. 날마다 잊어 가는 거야. 우린 언제까지고 절대로 모스끄바에 갈 수 없을 거야. 난 다 알고 있어, 가게 될 리가 없어. (진정하라는 올가, 입술을 깨물면서) 아아, 난 불행해, 난 이젠 일하지 않겠어, 이제 일하는 건 질색이야. 지긋지긋해, 정말! 전신국에도 있었고 지금은 시청에 다니고 있지만, 일어나는 일들이란 전부 싫어. 시시한 것뿐이야. 난 벌써 24살이고 직장에 나가기 시작한 지도 상당히 오래 됐어. 덕분에 골속이 바싹 마르고 몸은 여위고, 얼굴은 미워지고, 늙어가고,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무엇 하나 마음의 만족이라는 건 없어.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가고 참된 아름다운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한 기분이야. 점점 떨어져 가서 뭔가 깊은 못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야. 난 이젠 절망이야.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겠어. (울지 말라는 자기도 괴롭다는 올가) 울지 않겠어요, 난 울지 않겠어. 이제 됐어. 봐요, 이젠 울지 않죠. 됐어요! 봐요, 이젠 울지 않죠. 됐어요! 이젠 됐어요! (뚜젠바흐에게 시집가라는 올가, 조용히 운다, 시집간다는 거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기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하는 거라는 자기는 늙은이한테라도 갈 거라며 힘들게 말하는 올가) 난, 내내 기다리고 있었어요. 모스끄바에 가면 그곳에서 진정한 나의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말이야. 난 그분에 대해 공상하고 사랑하고 있었어.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다 어리석은 짓이야, 어리석은 짓이었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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